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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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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국립대 민영화를 위한 수순 밟기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05.03 조회수 :587

대학 통·폐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1일 각 언론은 통합추진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경상대와 창원대를 일제히 보도한 바 있다. 통·폐합 논의가 제기된 대학은 이들 대학만이 아니다. 현재 통·폐합이 제기되거나, 추진중에 있는 대학은 충주대와 청주과학대, 공주대와 천안공업대, 강릉대와 삼척대, 안동대와 상주대 등이며,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연합대학의 형태로 ‘대전·충남지역 연합대학’, ‘광주·전남지역 연합대학’, ‘강원지역 연합대학’ 등이 제기되고 있다. 신입생 미충원, 재정난, 교육여건의 질적 하락 등을 겪고있는 대학들이 ‘통·폐합’을 위기극복방안의 일환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폐합’이 위기극복의 해법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단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시쳇말로 ‘손익계산’을 둘러싼 대학간의 갈등해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로 같은 중복학과가 많은 경우, 대학 통·폐합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이들 학과 중 하나는 통합하거나 폐과해야 한다. 그래야 교원과 기자재 등을 한 곳에 몰아 주면서 교육여건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어느 대학이 나서서 자기를 먼저 희생하겠는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기대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통폐합에 따른 대학의 대규모화·종합화이다. 경상대와 창원대만 보더라도 통합할 경우 전국 최대규모의 대학이 된다. 이는 규모 축소를 통해 특성화를 추진해야 하는 시대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 대학 당국에서는 정원 축소를 통해 특성화를 추진하겠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이는 등록금수입의 축소로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 이 밖에도 대학간 통합에는 외적인 어려움도 많이 존재한다. 대학본부를 어디에 둘 것이며 어느 캠퍼스를 축소할 것인가 등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간의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상대와 창원대가 몇 년 전부터 통·폐합을 추진하고 강릉대와 삼척대, 여수대와 순천대, 목포대와 목포해양대 등에서도 통·폐합 논의가 있었음에도 오늘날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 국립대학들이 ‘국립대학발전계획’을 교육부에 보고하면서 ‘연합체’를 구성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 흐지부지되고, 홈페이지 마저 사라진 것도 국립대 통합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렇다면 실현가능성도 추진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국립대 통·폐합을 교육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국립대 통·폐합을 통해 정부가 책임져야하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미 교육부는 재정지원의 회피와 종국적으로 국립대 민영화를 실현하기 위한 국립대 구조조정을 끈질기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통해 발의했던 ‘국립대학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그렇다. 법(안) 가운데 가장 심각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일반회계와 기성회계의 통합은 결국 대학 운영비용을 학생등록금 인상을 통해 충당해야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 국립대학들이 앞다퉈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교육부의 의도에 철저히 순응하는 것으로, 이대로 간다면 교육부가 국립대학 민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 교육부는 대학이 너무 많다며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통·폐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대학수가 많은 것과 경쟁력은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대학이 아무리 많더라도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고 교육의 질을 우선시 한 정책을 생산한다면 상당수 대학들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30개도 채 되지 않는 국립대학에 대한 책임조차 지지 않고 있다. 국립대학 등록금의존율이 4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 이를 반영한다. 더나아가 국립대를 민영화하려 하지 않는가. 교육부의 이런 방침은 국립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상대와 창원대를 비롯하여 현재 통·폐합을 모색하고 있는 대학들은 통·폐합을 논하기 이전에 자체적으로 정원을 축소 운영하여 특성화를 추진하고, 정부에 교육재정 확대와 국립대학 지원 확대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통·폐합은 그 이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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