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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청산법 추진 즉각 중단하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02.09 조회수 :380

‘사립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설립자에게 설립자금을 되돌려 준다’는 이른바 ‘사립대학 청산법(이하 사학청산법)’ 제정이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지난 2월 3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고등학교이하 영세사학의 원할한 해산을 유도하기 위하여 특례규정에 따라 해산하는 학교법인에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기본재산 감정평가액의 30% 범위 내에서 해산장려금을 지급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시행령중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그간 정부당국이 추진의사만 밝혔던 사학청산법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난 것이라 하겠다.

 

교육부의 입법예고가 시행될 경우, 사립대학에 관한 법개정 또한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대학경쟁력 강화방안’에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인수 또는 해산되는 법인의 재산 출연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아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학청산법 제정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사립대학이 개인적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예를 들어보자.

 

우선, 사학청산법 제정은 그 동안 법인의 역할은 거의 하지 않고 학생등록금만으로 대학을 운영해 왔던 사학 운영자들에게는 매우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대학 문을 닫고 최소한 수백억원 이상의 대학 재산을 되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문을 닫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정원 증원과 등록금인상을 통해 대학을 운영해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게다가 교수 및 학생들에게 투자되는 연구비나 기자재구입비, 장학금 등과 같은 직접지출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소모성 경비로 지출되는 예산은 청산시 되돌려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산시 계산이 되는 토지 및 건물 매입이나 신·증·개축 등과 같은 자산 분야에 대한 예산 지출은 극대화 할 것이다. 여기에다 대학운영의 투명성·공개성의 강제력이 없으니 대학 인수·합병 및 매각을 둘러싼 은밀한 거래를 진행하면서 부정·비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교육부는 사학청산법을 제정하여 사립대학간 자발적 통합과 부실법인의 조기퇴출을 유도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하나 이 역시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오도 가도 못할 통?폐합 대상 대학 구성원들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설사 타대학으로 인수·합병된다 하더라도 해당 대학은 양적으로 더욱 팽창하여 또다른 부실대학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특성화를 요구하는 교육부의 방침과도 배치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문제는 대학 청산이 교육개방과 맞물리게 되면 매우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노무현정부는 작년 3월말 교육관련 단체들이 격렬한 반발을 무시한 채 교육분야 1차 양허안을 제출한 바 있다. 물론 1차 양허안의 내용은 현행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로 국한된 것이 사실이나 그 동안 정부가 보여주었던 행태에 비춰보면 교육개방 전면화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올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 및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회계 연도말에 “결산상 잉여금”이 발생할 경우, 잉여금의 타 회계 전출(해외송금 등)을 허용하여 사실상 영리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이윤추구가 수월한 환경이 조성되기만을 기다리며 국내상륙을 유보하고 있는 외국 교육자본을 유인하는 기제가 될 것이다. 때문에 사학청산법을 통해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하면, 이들 대학은 헐값에 외국 교육자본에 매각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우리나라 교육을 보호하기는커녕 각종 정책과 법·제도를 통해 외국 교육자본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고 있는 셈이다. 2004년 교육예산 가운데 대학 예산이 2003년 11.4%에서 2004년 11.1%로 줄어든 것이나, 교육부가 전국 대학에 일괄적으로 지원해 왔던 일반지원사업비를 전면폐지하기로 한 것, 지난 6일 재경부가 영리법인도 학교를 설립·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 등도 모두 같은 취지의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모든 부문이 그렇지만 노무현정부의 교육정책 1년에 대한 평가는 절망에 가깝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교육개혁안 마련은 온데간데없고, 과거 정부에서 교육정책을 망쳤다고 평가 받던 인사를 교육부 수장에 앉혀 당시 자신이 추진했던 정책기조를 참여정부에서도 계속 확대시켜 발표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당혹스러울 뿐이다.

 

노무현대통령은 교육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립대학 청산법을 즉각 철회하도록 나서야 한다. 만약 교육부 방침이 강행된다면 참여정부에 대한 교육계 전반의 규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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